유럽 전역에서 청부살인에 동원되는 10대 청소년들

사진 출처, Swedish Police
- 기자, 다니엘 샌드포드
- 기자, 영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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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교외 지역에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총을 든 그는 맥도날드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생 무라드 압델카데르(20)에게 다가갔다.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던 남자는 압델카데르를 향해 연달아 총을 발사했다. 피해자가 땅에 무력하게 쓰러지자, 그는 머리에 마지막 총알을 쐈다.
이 살인범의 정체는 18세 소년 아틸라 아지모프였다. 지난해 2월 그날 밤, 그는 사람을 착각해 엉뚱한 이를 살해했다.
아지모프가 총을 쥔 이유는 돈이었다. 그를 고용한 배후는 '폭스트롯 네트워크'라는 범죄 조직으로, 이란 정권과 연루돼 있으며, 이른바 '청부 폭력 서비스(VaaS)'로 악명 높다.

사진 출처, Swedish Police
2022년 이후, 폭스트롯 네트워크는 살인 사건 약 35건은 물론, 폭발물과 수류탄이 사용된 2건을 포함해 유럽 내 이스라엘 관련 목표물을 겨냥한 다수의 공격 및 공격 미수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직은 현금을 미끼로 십 대 청소년들을 모집해 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하지만, 체포되는 이들도 많기에 실제로 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주에서 발생한 계획 살인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29일 런던 올드 베일리 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살인 공모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노르웨이 10대 청소년 요하네스 나틀란드도 그중 하나다.
이같은 10대 청소년 청부 살인 문제에 대응하고자 설립된 '유로폴'이 설립한 운영 태스크포스 'GRIMM'에 따르면, 이러한 청소년들은 주로 SNS를 통해 모집되며, 컴퓨터 게임의 작동 방식을 모방한 "게임화된" 방식으로 지시를 받는다.
유로폴의 '유럽 중대 및 조직범죄 센터'를 이끄는 앤디 크라그 센터장은 이를 취약한 청소년들을 노린 "계산된 살인의 외주화"라고 표현했다.
현재 GRIMM에는 현재 '청부 폭력 서비스' 범죄가 확인된 11개국(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영국)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 Swedish Police
폭스트롯 네트워크의 수장인 라와 마지드는 한때 스웨덴과 튀르키예를 활동 거점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머물고 있다.
수사 당국은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겨냥한 수류탄 공격을 포함해 이란 정권을 위해 자행된 '청부 폭력 서비스' 공격도 있으나, 일부 사건은 마약 주도권을 둘러싼 폭스트롯의 영역 다툼의 일환으로 벌어진 사건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스웨덴 방송사 SVT의 탐사보도 기자인 디아만트 살리후는 지난 3년 동안 폭스트롯 및 이란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해왔다.
그는 "이란 정권은 폭스트롯의 수장에게 정권의 적들을 공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대상은 반체제 인사일 수도 있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일 수도 있고, 이스라엘 관련 목표물일 수도 있습니다."
살리후 기자에 따르면 이 관계는 지난 20203년 마지드가 테헤란으로 도피한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란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대가로, 자신과 그의 네트워크가 정권을 위해 일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한편 폭스트롯 네트워크와 마지드는 2025년 4월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이는 당시 18세였던 나틀란드가 체포된 지 한 달 뒤의 일이었다. 나틀란드는 폭스트롯을 대신해 웨스트요크셔주 허더즈필드 인근에서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상태였다.

사진 출처, Counter Terrorism Policing
나틀란드 사건은 '청부 폭력 서비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
나틀란드는 노르웨이 남서부 스타방에르에 사는 언론인 부부의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마약에 손을 대며 정신질환을 앓게 됐고, 결국 재활시설을 거쳐 아동 보호시설에서도 짧은 기간 머물렀다.
그는 그곳에서 '언노운허슬러'라는 온라인 닉네임을 사용하는 또 다른 10대 청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영국 내 살인. 27만'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27만노르웨이크로네(약 4000만원)을 받고 영국에서 살인을 저질러 줄 사람을 찾는 온라인 의뢰를 나틀란드에게 처음 보낸 이도 바로 이 언노운허슬러였다.
이 의뢰는 '예네랄렌'이라는 닉네임의 또 다른 10대 청소년에게서 전달된 것이었다. 당시 16세였던 예네랄렌은 지난 3년간 아동 보호시설에서 생활해왔으며, 이후 이 청부 살인에 나틀란드를 끌어들였다.
이후 나틀란드는 온라인에서 '에이전트47'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폭스트롯 조직원에게 넘겨졌다. 이 아이디는 게임 '히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에서 따온 것이다.
스웨덴 경찰은 폭스트롯의 리더 마지드의 측근인 알리 셰하드 아메드가 바로 에이전트47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전트 47은 나틀란드를 위해 맨체스터 공항행 편도 항공권을 예약하고, 긴급 여권 발급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 나틀란드에게 이번 임무의 세부 사항을 설명한 뒤, 닉네임 '1'인 실행 지원 담당자에게 그를 인계했다.
'1'은 마치 컴퓨터 게임 속 미션처럼, 허더즈필드 숲속에 숨겨진 총기를 찾을 수 있는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와 동영상과 보행자 터널 근처 덤불 속에 숨겨진 현금 비축처를 찾는 방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나틀란드에게 전달했다.
나틀란드가 무기를 챙겨 허더즈필드 호텔에 자리를 잡자, 에이전트47은 다시 그에게 "내일 할 일이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나틀란드는 다음 날 아침 체포됐다. 그는 누구를 살해해야 하는지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으며 영국의 대테러 수사관들은 이것이 단순한 범죄 청부 살인인지, 아니면 이란을 위한 정치적 암살인지 여전히 규명 중이다.
나틀란드를 포섭한 10대 청소년 예네랄렌은 활동 범위가 매우 넓었다.
그는 나틀란드를 청부살인범으로 고용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청소년 2명도 끌어들여 스웨덴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했다. 그중 하나가 엉뚱한 사람을 살해하며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지모프이고, 다른 한 명은 3주 반 전 스웨덴 남부 룬드에서 아흐메드 잠잠을 총으로 쏴 살해한 17세 소년이다.
두 살인범 모두 체포됐기에 약속받았던 보수를 받지 못했다. 살리후 기자는 이것이 폭스트롯의 주요 운영 수법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포섭한) 10대들이 체포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체포되면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청소년 청부 살인범들에게 돈이 지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체포될 경우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또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도 더 강하기에 이들은 의도적으로 점점 더 어린 청소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예네랄렌의 경우 노르웨이 경찰관의 14세 아들을 살해하려다 결국 체포됐다. 그는 칼로 이 14세 소년을 살해할 15세와 17세 청소년을 모집했으나, 15세 소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예네랄렌이 체포된 뒤 수사관들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영국 허더즈필드 살인 음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영국 경찰은 간발의 차로 나틀란드를 체포할 수 있었다.
제네랄렌은 지난 5월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14년 형을 복역 중이다.

사진 출처, Iraq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GRIMM은 출범 15개월 만에 몇 가지 성과를 거뒀다. 수사 당국은 주요 용의자 몇 명을 포함해 280명 이상을 체포했다.
그중에서도 에이전트47로 추정되는 아흐메드의 체포가 가장 눈에 띈다.
아흐메드는 이라크 동북부 쿠르드 자치구에 자리한 술라이마니야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스웨덴 정부는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스웨덴 경찰청의 스테판 헥터 부청장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조직 범죄자들에게 "세계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스웨덴 경찰이 폭스트롯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전직 래퍼 모하메드 '모에글리' 모디 또한 튀니지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수장인 마지드는 여전히 이란에 숨어 있어 체포가 어려운 상황이다.
살리후 기자는 "마지드는 여전히 활동 중"이라며 "이 네트워크가 계속 활동하는 한 이란 정권의 적들을 겨냥한 공격 또한 계속되리라 본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체포 사례가 폭스트롯의 활동 능력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폭스트롯의 경쟁 조직인 '달렌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른 단체들도 취약한 청소년들을 모집해 살인 등의 폭력 범죄에 투입하고 있기에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청부 폭력 서비스는 스웨덴을 시작으로 스칸디나비아와 북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했으며, 나틀란드 사건이 보여주듯 지난해에는 영국까지 뻗어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