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속도' 내몽골 평원에 무섭게 생겨나는 AI 데이터 센터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중국 특파원
- Reporting from, 내몽골자치구 우란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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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몽골자치구의 드넓은 초원에서는 농부들이 잘 여문 감자를 수확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주변에는 낯선 이웃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직사각형 건물들은 장차 중국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원동력이 될 데이터 센터들이다.
대초원과 화산 지형이 어우러진 이곳 우란차부시는 디지털 최전선이라고는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곳이다. 실제로 수년간 이곳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감자의 수도'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 안전성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만나려는 사이, 이곳은 수많은 데이터 센터가 들어설 건설 현장이 됐다.
노란색 안전모를 쓴 노동자 수백 명이 건설 현장으로 중장비를 운반하고, 금속 비계에서는 용접 불꽃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크레인이 정교하게 움직이며 지붕을 쌓아 올리고, 사다리 위에서는 작업자들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서서 회반죽을 바르고 있다.
한 작업자는 "이게 바로 중국식 속도"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자신의 나라 중국을 "인프라에 미친 나라"라고 묘사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 전기 엔지니어는 "매년 한 단계씩 진행된다. 그리고 지금은 2번째 단계"라며 "이후에도 더 많은 단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경쟁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핵심 열쇠는 바로 이러한 데이터 센터들의 컴퓨팅 성능이다.
중국공산당에 이 건물들은 국가의 경제 및 국가 안보의 핵심 요충지다. 완공 후, 이 데이터 센터들은 2030년까지 산업과 사회의 90%에 AI를 접목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목표를 실현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의 청년 엔지니어들과 연구원들은 자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경색된 미-중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제한 조치로 인해 아메리칸 드림이 빛을 잃은 탓도 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잭 장은 "미국으로 향하는 학생과 연구자는 줄어들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매우 분명하다"고 했다.
그 또한 미국 예일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학한 후, 중국의 한 고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귀국했다.
"저는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AI 연구를 건강 및 의학 분야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자원과 인력, 때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업계 내부에서 AI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진지한 경고가 나오고 있음에도, 미국이 AI 개발을 중단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중국의 AI 확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최종 승자다"라고 발언했다.
AI 기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중국이 이 기술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미국과 전 세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조치를 옹호했다.
다만 이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할 시 주석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닐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이 같은 우려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냉전 시기 전술"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은 단순히 미국을 따라잡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은 또 다른 대안 모델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 주석 또한 직접 나서 자국 AI 기업들에 더 저렴하며,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을 개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는 오픈AI와 앤트로픽처럼 개발사들이 내부 설계를 비밀로 하는 폐쇄형 모델을 고수하는 미국과 대립되는 지점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오픈소스 방식을 선호하는 한 가지 이유는, 자신들에게 현재까지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중국의 AI 기업들은 신속하게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이는 중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컴퓨팅 능력 확충에 도움이 되는 최첨단 반도체 부족 문제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AI 규범 논의에서도 더 큰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시 주석은 반복적으로 다른 국가들도 따를 수 있는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수립을 촉구해왔다.
AI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특히 유의미하다. 양국은 AI 규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까. 성장 속도를 조절하자는 이야기는 과연 현실적일까.
중국의 AI 야망이 구체화되고 있는 우란차브 같은 지역을 보면, 이는 불가능해보인다.
중국은 화웨이, 바이트댄스, 딥시크 등을 위해 북부의 우란차브, 닝샤, 간쑤, 남서부의 구이저우처럼 인구 밀도가 낮은 성들에 데이터 센터 수백 곳을 건설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이미 중국 정부가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재생 에너지 생산 능력을 방대하게 구축해 둔 곳이기도 하다. 땅값이 저렴하고 서늘한 기후 덕에 물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려 사항이나 단점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대부분의 데이터 센터가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되길 바라지만, 일부 전력망은 여전히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내몽골의 경우 기후가 건조해 물 공급이 쉽지 않다.
아울러 마을 주민 전체가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주민의 정확한 수나 이들이 받은 보상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너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면 위험해질 수 있기에 사람들은 좀처럼 이러한 주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한 지역 주민은 카메라 밖에서 익명을 조건으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렇게 큰 데이터 (센터는) 아무 쓸모도 없다"고 했다.
"이게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겠어요?"
이 주민은 그렇다고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주민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이들은 혹시 땅을 몰수당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낙관론자들도 있다. 데이터 센터 근처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곁에 서 있던 장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국은 이제 세계를 선두한다"고 했다. 그의 자녀들은 데이터 센터에 취업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1960년대와는 다릅니다. 중국은 지금 잘 나가고 있습니다. 경제 발전이든 다른 분야든, 모두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상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에서는 AI 기술 자체 및 광범위한 AI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낙 검열이 철저한 국가이기에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는 AI를 노동력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바라보며, 제조 및 생산 분야의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이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또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에서는 매년 과학기술 분야 졸업생 약 500만 명이 쏟아져나온다. 미국에서는 그 수가 약 50만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졸업생들이 중국에 남아 있는 가운데, 혁신 생태계 또한 점차 성장하고 있다.
선도적인 기술 기업에서 근무하는 AI 개발자 당 롱하오(27)는 중국 대학 캠퍼스 문화가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덕에 상하이에서 일하면서도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와 핵융합, AI와 천체물리학, AI와 신소재, AI와 신약 개발 등을 결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좋은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사회가 여전히 새로운 도전보다는 기존 질서를 잘 따르는 모습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칭화대학교에서 통계 및 데이터과학을 가르치는 류 준 교수는 "내가 바라는 만큼 개방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다.
"저는 이곳 학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라고 끊임없이 격려하지만 바꾸기 어렵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문화 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류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이 AI의 최전선에서 고심하고 있는 연구실과는 한참 떨어진 먼 곳의 많은 중국인들은 경기 침체, 청년 실업률 증가, 소비 위축, 부동산 가격 급락 등, 자신들의 눈앞에 닥친 시급한 경제적 문제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농촌 지역의 경우 고령화 또한 점점 더 심각한 사안이 돼가고 있다.
내몽골의 벌판에서 수레를 몰며 자신이 돌보는 양들을 확인하러 가고 있다는 한 농부는 "빅데이터니 뭐니… 괜찮긴 한데 …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AI 자체도 자신에게는 남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은 깨져 있고, 와이파이는 월 40여위안(약 8000원) 요금제의 포켓형 동글을 통해 연결된다.

그는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삶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이러한 회의적인 태도는 베이징 당국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곳은 물론 지금은 중국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지도부만큼이나 기술 중심의 미래에 열정을 쏟는 이가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