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중국 간 새 국경 합의에 인도가 분노하는 이유는?

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쿤자랍 패스 인근에서 중국 군인들이 설상 야외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Future Publishing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 군인들이 파키스탄과 접경한 쿤지랍 패스 인근에서 설원 야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기자, 소우틱 비스와스
    • 기자, 인도 특파원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수십 년 동안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 근처 영토 분쟁 지역 내 파키스탄-중국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인도는 해당 지역이 자국 영토라는 입장이다.

그러던 지난주, 파키스탄과 중국이 이 산악 지역의 국경을 공식화했고, 이는 인도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양측은 '파키스탄-중국 국경 공동 위원회'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은 국경 관리, 무역, 연결성 협력을 강화할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역내 주요 라이벌 국가인 파키스탄과 중국의 이 같은 협정에 대해 인도 측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자신들의 영토인 해당 지역 내 파키스탄-중국 국경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파키스탄과 중국 간 합의 소식은 특히 민감한 시기에 발표됐다.

우선 중국과 인도는 '실질통제선(LAC)'을 둘러싸고 수년간 군사적 긴장을 이어온 가운데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이다. LAC는 히말라야산맥 따라 난 국경선으로, 이 분쟁 지역의 양국 군대를 분리한다.

동시에 중국과 파키스탄은 인도 역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인접 국경 지대를 따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의 란디르 자이스왈 외무부 대변인은 "파키스탄과 중국 사이에는 국경이 없다. 우리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소위 '공동 위원회'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샥스감 강과 카라코람 산맥

사진 출처, Corbis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파키스탄-중국 국경 공동 위원회' 협정은 샥스감 계곡을 포함한 파키스탄-중국 국경 지대를 다룬다

'파키스탄-중국 국경 공동 위원회' 협정은 샥스감 계곡을 포함한 파키스탄-중국 국경 지대를 다룬다. 샥스감 계곡은 약 5180㎢ 규모의 지역으로, 파키스탄이 1963년에 중국에 할양했으나, 인도는 이곳이 자국 라다크 지방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인도는 해당 지역이 과거 잠무-카슈미르 왕국의 일부였으며, 파키스탄이 불법 점령한 뒤 중국에 무단으로 넘겨줬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해당 할양 협정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으며, 불법적이고 무효하다고 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지난 16일 파키스탄과 중국 간 협정 체결 소식이 왜 그토록 민감한 사안인지 잘 보여준다.

인도 외무부는 "파키스탄은 불법적으로 강점 중인 우리 영토에 대해 협정을 체결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잠무-카슈미르는 여전히 분쟁 지역이기에 1963년 중국과 체결한 협정에 대해 인도가 이의를 제기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해당 협정도 정당하고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인도 델리 소재 시브 나다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거버넌스학을 가르치는 자빈 T 제이콥 교수는 이번 소식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기존 매커니즘의 재가동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1963년 중국-파키스탄 협정에는 공동 국경 위원회 설립 조항이 이미 명시돼 있다. 현재 핵심은 그 위원회가 '왜 지금 가동됐는가'라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배경으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자국 국경을 확정하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고, 다른 국경 지역에서 분쟁과 불안정이 이어지는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국경 지역의 교류와 이동을 공식 제도화하고 싶을 수 있다.

레 지역을 향해 이동하는 인도 육군 차량 행렬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과 접경한 고속도로를 따라 레 지역으로 이동 중인 인도 군

이어 제이콥 교수는 인도가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해 "우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더 중요한 점은 이번 조치가 1963년 조약 자체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협정 6조에는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이 최종 해결된 후, 해당 지역의 주권을 갖게 된 당사국이 중국과 국경 조약 재협상을 진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인도로서는 국제 미디어 및 정보 환경상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CGTN, CRI와 (같은 국영 국제 방송 매체와) SNS 활동 등을 통해 인도에 비해 국제 미디어 및 정보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덕에 전 세계에 자국의 주장을 펼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유리하다. 반면 인도는 강하게 항의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제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무시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중국과의 국경 인근인 인도 잠무-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의 창라 고산지대 도로를 인도 육군 차량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인도 라다크 지역의 한 산길 근처를 주행하는 인도 군용 차량들

이러한 우려와는 별개로, 국경의 실질적인 관리 문제는 이미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이미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과 카라코람 고속도로를 포함해 이 지역 전역에 광범위한 인프라와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이자 현재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 아카데미와 허드슨 연구소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후사인 하카니는 이번 위원회 신설이 실용적이면서도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하카니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실용적, 정치적 목적이) 결합한 조치"라며 "(먼저) 국경 지역 내 협력을 강화하고, 불법 월경을 방지하며, CPEC와 연계된 전략적 인프라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중국은 카슈미르 분쟁을 파키스탄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인도에 전달하는 신호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카슈미르 문제에 있어서 인도의 입장을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으며, 길기트-발티스탄 지역도 인도가 아닌 파키스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길기트-발티스탄은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파키스탄 이 관할하는, 중국과 접해 있는 카슈미르 지역이다.

하카니 연구원은 인도 관할 카슈미르의 정세 변화에 파키스탄의 입장도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잠무와 카슈미르가 최종 지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결정 분쟁 지역이라는 입장"이라는 그는 "하지만 인도가 자국 관할 카슈미르 지역에 (특별 자치권을 부여했던) 제370조를 폐지하는 등의 내부적 변화를 단행한 만큼, 파키스탄은 1963년부터 중국과 실질적으로 유지해 온 상황을 그저 공식 제도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과다르 항구의 컨테이너 선

사진 출처, Anadolu Agency/Getty Images

사진 설명,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 서쪽에 위치한 과다르 항구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핵심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합의는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인도를 향한 자국의 입장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패턴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카니 연구원은 카슈미르 문제에 있어 파키스탄의 편을 드는 행보는 중국에 전략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전략적으로 보면, 이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과 파키스탄 양국을 동시에 걱정하게 만들기에 이는 파키스탄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며, 중국에는 이익이 됩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의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카니 연구원은 "중국은 항상 수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개월 전에 결정하고 계획하기에, 공동 국경 위원회 신설 결정은 이미 한참 전에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해당 소식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브릭스' 정상회의 일정이 끝난 시점에 공개됐습니다. 이는 파키스탄에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인도에는 중국이 다자간 협력을 추구한다고 해서 남아시아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다만 제이콥 교수는 이번 일을 전부 인도를 겨냥한 직접적인 군사적 조치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LAC에 직접적이거나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위원회 신설 발표 소식이 히말라야 국경에 대한 즉각적인 변화보다는, 인도가 줄곧 거부해 온 기존 합의를 점진적으로 제도화려는 데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인도의 입장은 여전히 "명확하고 일관된다"고 표현했다. 즉, 자신들이 보기에는 파키스탄의 불법 영토 점령을 합법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인도의 주권에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카니 연구원은 이러한 분쟁이 단순한 국경의 법적 문제를 넘어선다고 평가한다.

"국경을 둘러싼 인도와 중국 간 핵심 갈등은 지도상 선 긋기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대립"이기에 "국경 협상과 국경 관리 메커니즘이 달성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파키스탄은 여전히 "인도를 압박하는 중국의 2차 억지력"이라며, 중국은 파키스탄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인도에 이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