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명품' 글로벌 거점...베트남 당국, 단속 강화한다

루이비통의 로고가 인쇄된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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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가방은 위조품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다
    • 기자, 개빈 버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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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 기자, 트엉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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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베트남 경찰이 호찌민시 외곽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창고 2곳을 급습했을 당시, 나이키·아디다스·크록스·구찌 등 각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슬리퍼 2만3000여 켤레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들은 이 창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모두 위조품이었다.

수십 년간 위조품 암시장이 버젓이 번성해 온 베트남에서 최근 당국이 단속에 나서면서 20억동(약 1억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압수한 것이다.

불과 30km 떨어진 호찌민시 관광 지구의 벼룩시장에서는 타국에서는 최대 900달러(약 138만원)에 판매되는 정품 슬리퍼와 똑같이 생긴 가품이 고작 30달러에 팔리고 있다.

그리고 그 진열대에는 이른바 '샤넬' 가방, '프라다' 티셔츠, '롤렉스' 시계를 본뜬 제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저렴한 가품의 세계적 중심지로 잘 알려진 베트남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위조 명품 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당국은 이러한 오명을 떨쳐내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지난 5월 7일, 정부는 위조 상품, 온라인 불법 복제, 상표권 침해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제품과 행위에 대한 전국적인 단속을 벌였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처음은 아니다. 베트남 당국은 자국 내 만연한 지하 경제에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위조품 판매업자들을 색출해왔다.

다만 최근 몇 주 사이 단속 수위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폴로, 갭, 프린스 등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들이 전시된 베트남 길거리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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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 행정부는 베트남을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지식재산권 침해국으로 지목했다

호찌민시 사이공 스퀘어의 노점 거리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탄 트룩은 "단속이 더 엄격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명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방금 트룩은 로에베 티셔츠 위조품을 17달러(약 2만6000원)에 팔았다. 정품 가격은 보통 500달러(76만원)에 달한다.

트룩은 "당국은 예전에도 위조품 단속을 벌였으나, 주로 손가방이나 여행 가방 등 고가 품목에 집중했다"면서 "시장 단속반이 카메라를 든 취재진과 함께 와서 일부 상점에서 상품을 압수하고 돌아가면, 다시 평소처럼 영업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최근 강화된 단속의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자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국가들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고서를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 및 집행에 관한 오랜 우려 사항을 지속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우선 감시 대상국(PWL)"으로 지목했다. 한 국가가 이렇게 지정된 건 13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USTR는 베트남을 세계 최악의 지식재산권 침해국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위협에 직면한 베트남 당국은 올해 5월 전년 동기 대비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 건수를 최소 20%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단속의 주요 표적 중 하나가 트룩이 일하는 사이공 스퀘어와 인근의 벤 탄 시장이었다. 이 두 거대한 시장은 베트남의 주요 위조품 유통 거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5월 중순, 당국은 여러 차례의 불시 단속을 통해 두 시장에서 위조 상품을 압수하고, 총 1만9000달러(약 29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경찰의 불편한 관심을 받아온 현지 상인들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트룩은 "보통 단속반이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어 모두에게 경고해준다"면서 최근 대대적인 단속이 있긴 했으나, "장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고가 그려진 상품을 너무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하지 않는 상점들도 있지만, 뒤편에는 여전히 재고가 가득합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위조품 공급망은 북쪽 국경을 넘어 제조지인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도매업자들은 자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 만한 제품을 중국에서 선별 및 대량 구매한 뒤 이를 영세업자들에게 판매한다.

중국과의 이러한 지리적 접근성은 베트남의 위조품 산업이 급성장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조차 아시아 내 생산 공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국에서 미리 재단된 가죽이든, 베트남에서 이루어진 봉제 작업이든, 이러한 자재와 전문 기술이 역내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위조품 생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끊기는 쉽지 않지만, 베트남 정부는 최근 실시한 기습 단속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당국은 5월 마지막 3주 동안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 1400여 건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거리 시장에서 청바지를 살피는 여성 소비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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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지만, 많은 노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 당국은 계속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미국은 베트남이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근절하지 못한 점이 "불합리"한지, 미국 무역에 손해를 끼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베트남 당국도 자체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6월 10일, 베트남 북중부 탄호아성 경찰은 보석 가품 1만여 개를 제조 및 판매한 조직을 적발했다. 불가리·까르띠에·루이비통·티파니앤코 등 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위조품 판매를 통해 이 조직이 올린 불법 수익은 약 114만달러(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호찌민시와 하노이의 여러 노점이 폐쇄됐으며, 현지 경찰은 창고와 의류 매장, 운동화 전문점 등도 급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 조치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일부 상인들이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오히려 좋은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티 응우옌은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한 의류를 호찌민시와 달랏 소재 여러 매장에 판매하고 있다. 응우옌의 눈에 위조품 산업은 자신과 같은 디자이너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 소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

응우옌은 고객들이 정품을 교묘하게 흉내 낸 가품 드레스에는 75달러(약 11만원)를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고급 원단과 훌륭한 재봉 기술로 만든" 맞춤 의류에는 그 절반의 가격도 내기 싫어한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에는 숙련된 재단사와 수공예 자수 장인이 많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저평가돼 정당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그래서 결국 모조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 단속으로 위조품 판매업자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자, 응우옌은 적극적으로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가격도 인상하고자 한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자신감이 생긴다"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는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정성을 회복하고, 옳고 그른 것의 경계, 진품과 위조품의 경계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각종 나이키 가품 운동화와 명품 가방이 전시된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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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베트남 경찰이 가품 판매상들을 수시로 단속하고 있으나, 워낙 근절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 변화를 반기지는 않는다.

다낭에 거주하는 회사원 후이는 축구 유니폼과 운동화 같은 가품을 꾸준히 구매한다.

그는 "판매자들을 체포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여전히 쉽게 살 수 있다면 저는 계속 살 것입니다."

후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저렴하고, 편리하며, 구매하기 쉽기 때문"에 가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와 같은 소비자들은 베트남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 베트남 인구의 60%가 농촌 지역에 거주하며 평균 소득은 월 225달러(약 34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저렴한 모조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많은 현지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

베트남 출신의 윤리적 소비 전문가인 'SKEMA 경영대학원'의 티 탄 후엉 트란 부교수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베트남 위조품 시장은 경제적 현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가품이라는 것을 알지만…정품을 살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한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런 것을 사며 행복감을 느끼는데 '왜 안돼?'라고 생각합니다."

트란 교수는 명품 소비자와 모조품 구매자 집단은 "겹치지 않는다"며, 이러한 가품 시장으로 인해 국제 명품 브랜드가 입을 잠재적 매출 손실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가품을 모조리 뿌리 뽑더라도 저소득층 고객은 어차피 정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그들은 가방 하나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도심에 위치한 트랑 티엔 플라자 명품 쇼핑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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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많은 베트남 현지인들은 정품 디자이너 의류를 살 형편이 안되거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지인들이 유일한 고객은 아니다.

사이공 스퀘어의 노점 거리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트룩은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며, 몇몇 유명 위조품 유통 거점은 관광 명소에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위조품 시장을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제조업체와 판매자들은 이미 제품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거나, '나이키(Nike)' 대신 '마이크(Mike)'로 브랜드명을 바꾸는 등 지식재산권법을 회피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트란 교수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그 선에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을 변경하면서도, 소비자의 마음에 드는 원본의 미적 요소·품질·브랜드 연상 효과는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거치며 베트남 현지 판매자들은 오랫동안 당국의 단속 속에서도 살아남아 왔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가 더욱 단속 수위를 높이더라도, 이 산업에 자신의 생계가 걸린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트란 교수는 "이 시장을 근절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어떻게 규제하거나 대응하더라도, 저들은 이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 장사를 이어 나갈 것입니다. 고객의 수요가 계속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수요가 있다면, 당연히 공급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