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색과 소재 입어야 할까?' 폭염 속 건강을 지켜줄 최고의 옷차림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길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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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루시 셰리프
    • 기자, B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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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얼마나 습한가? 옷을 고를 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빈번해지는 극심한 폭염과 씨름하는 지금, 옷은 더위를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옷차림만으로도 에어컨 설정 온도를 2°C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절약해 비용을 아껴주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도 줄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더위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색상과 디자인

여름철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색 옷을 입는다. 흰색은 검은색과 달리 빛을 흡수하지 않고 태양광선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의 두께와 핏을 고려하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열은 태양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몸에서 나온 열이 흰색 옷 내부 표면에 부딪히면, 그 열은 다시 우리 피부로 반사된다.

아라비아반도, 중동, 북아프리카의 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반유목민인 베두인족이 왜 사막에서 검은색 로브(긴 옷)를 입는지를 조사해 1980년에 발표된 한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베두인족이 검은색 로브를 입든 흰색 로브를 입든 열에 노출되는 정도는 동일했다.

흰색옷과 검은색옷을 각각 입은 시민 둘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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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98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흰 옷을 입든 검은 옷을 입든 열에 노출되는 정도는 동일했다

검은색, 흰색이 똑같다?

은색 직물로 된 옷은 우리 몸에 있는 열 방출에 유리하다. 즉 몸에서 나오는 열을 흡수해 외부로 방출하므로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베두인족은 바람이 불 때 특히 열 방출 효과가 큰 헐렁한 검은색 옷을 입는다. 이러한 옷은 옷감과 피부 사이의 공기를 데워 굴뚝처럼 위로 향하는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연구진은 "뜨거운 사막에 노출된 베두인족이 얻는 열량은 검은색 로브를 입든 흰색 로브를 입든 동일하다"라며, "검은색 로브가 추가로 흡수한 열은 피부에 도달하기 전에 모두 발산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옷의 색상보다 핏이다. 다만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어야 한다면 흰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시어서커(여름철에 주로 사용하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가벼운 면직물)나 폴로 셔츠에 자주 쓰이는 피케처럼 질감이 있는 원단 역시 옷이 피부에 들러붙지 않고 살짝 뜨게끔 도와준다.

소재의 중요성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작가인 헤더 뉴버거는 "원단 선택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버사이즈 데님 멜빵바지를 입는다면, 거즈나 시폰처럼 몸에 더 붙는 옷을 입은 친구보다 훨씬 더 덥다고 느낄 것입니다."

면이나 실크처럼 직기 원단(가로 방향의 실과 세로 방향의 실을 교차시켜 만든 원단)은 니트보다 헐렁하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습도가 높을 때는 이런 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조한 더위 속에서는 배출된 땀이 옷에 흡수되었다가 열에 의해 증발하기 때문에,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는 주변 공기가 이미 수증기로 가득 차 있어 옷이 흡수한 땀이 갈 곳이 없다.

사우스이스트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의 물리학 부교수 렛 알레인은 "옷으로 봤을 때 수증기가 통과할 수 있어 땀의 증발을 막지 않는 소재가 좋다"고 말했다. "최신 스포츠 의류 소재 중 일부가 이런 역할을 잘합니다. 다만 면은 이 부분에서 그리 뛰어난 소재는 아닙니다."

모든 직물은 우리 몸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어느 정도 가두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성질은 날씨가 추울 때는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더운 날에는 달갑지 않다. 때문에 더울 때는 통기성이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 코팅되지 않은 면, 리넨, 나일론, 폴리에스테르는 모두 어느 정도 통기성이 좋은 직물로 분류된다. 땀과 열이 소재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소재도 몸에서 수분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배출하는 흡습속건 소재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포츠웨어를 입고 달리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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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최신 스포츠웨어 중 일부는 수증기가 통과할 수 있어 땀의 증발을 방해하지 않는다

면과 폴리에스테르는 도달하는 적외선의 대부분(약 99%)을 흡수하고 반사한다. 때문에 적외선 촬영을 하면 대부분 흰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소재들은 가시광선의 30~40%도 통과시킨다. MIT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조합은 체온을 평소보다 더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들어온 가시광선이 열을 발생시키지만, 이 열이 몸에서 생성된 적외선 형태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체의 또 다른 체온 조절 메커니즘인 땀을 배출하는 기능 역시 중요하다. 면은 수분을 잘 흡수하지만 빨리 마르지 않는다.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면 옷이 축축한 상태로 남아 착용감이 떨어진다. 리넨은 섬유 조직이 굵어 통기성이 뛰어나 여름 옷에 자주 쓰이지만, 면과 마찬가지로 건조가 느리다. 메리노 울은 통기성이 좋고 냄새를 머금지 않으면서 습기를 배출해 야외 활동가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는 습기를 배출하고 빨리 마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능성 의류에 사용된다. 하지만 냄새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나일론은 폴리에스테르보다 수분 흡수율이 높고 습기 배출 능력이 뛰어나지만, 건조 속도는 더 느리다. 그리고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는 젖었을 때 쾌적하지 않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때문에 한 연구는 열전도율이 낮고 착용감도 일정한 대나무 소재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의 환경생리학 및 인간공학 교수인 조지 하베니스는 더울 때 정말로 시원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물론 상황이 적절하다면) 옷을 완전히 벗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옷은 피부가 타지 않도록 보호해주지만, 체온을 낮추는 데는 알몸 상태가 더 유리하다. 옷을 적게 입을수록 피부와 공기 사이에서 수분 증발을 통한 열교환이 일어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는 하다.

한복을 입고 더워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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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통기성 있고 헐렁한 흰색 옷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단순히 옷을 덜 입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용품 기업들은 스마트 원단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과학자들 역시 체온을 낮게 유지하는 데 어떤 원단이 더 효과적인지 연구하는 데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MIT 연구진은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더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균형점을 찾아냈다. 바로 가시광선은 차단하여 햇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면서도, 적외선은 통과시켜 열이 옷감과 피부 사이에 갇히지 않고 몸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소재다. 연구진은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지름을 약 1미크론(1미터의 100만분의 1) 수준으로 가늘게 만들어 30미크론 두께의 실로 짜내면, 착용자가 체온을 한결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과학자들 역시 외부 조건에 반응하여 구조를 실제로 바꾸는 코팅 합성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는 기온이 올라가면 열을 더 많이 배출한다. 적응형 실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섬유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데, 간격이 넓어지면 원단의 통기성이 좋아지고 열을 방출하여 착용자의 체온을 낮춰준다.

또 다른 연구팀은 띠(스트립) 형태의 구조가 평평해지거나 구부러지면서 체온을 2°C 이상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의류를 실험했다. 더운 날씨에는 이 띠 구조가 공기 중을 향해 구부러지면서 몸의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다른 연구팀들은 온도가 올라가면 녹아내리는 소재의 캡슐이나 섬유를 포함해, 과도한 열을 흡수하도록 돕는 '상전이(phase-change)'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물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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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젖은 옷을 입으면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몸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물에 적시기

레인 교수는 어쩌면 옷을 활용해 더위를 식히는 최선책은 젖은 옷을 입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은 증발할 때 열에너지를 사용한다. 즉,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열을 사용하게 되므로 피부가 식고 체온이 내려가는 것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옷을 고르는 것은 단순히 흰색 티셔츠를 한 장 걸치는 것보다 복잡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해 올바른 소재와 적절한 핏을 고민하고, 가끔 약간의 물을 적셔주는 노력을 해보자. 수은주가 치솟을 때 더위를 조금이라도 더 식힐 수 있고, 에어컨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