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부모'에서 유대감과 위안을 찾는 중국 청년들

중년의 커플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 하트를 보내는 청년들의 모습

사진 출처, BBC / Andro Saini

    • 기자, 유니스 왕
    • 기자, BBC 중국어 서비스
    • Reporting from, 홍콩
  • 읽는 시간: 4 분

여느 청년들처럼 빈센트 장 또한 식사 시간마다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바로 어느 중년 부부의 영상이다. 빈센트는 이들을 자신의 '가상 부모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빈센트가 가장 즐겨 찾는 인플루언서인 판 후첸과 장 시우핑 부부다. 꾸밈없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 일상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는 이들은 마치 친자식에게 말을 걸듯 시청자들에게 종종 말을 건네기도 한다.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들의 계정에는 팔로워 180만여 명이 몰렸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중 하나에서 판과 장은 "우리 가족 중 누가 어른이야? 요즘 일과 공부 때문에 힘들지? 너무 무리하지 마. 엄마 아빠는 네가 밖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알고 있단다"라고 말한다.

빈센트는 "내 친부모님은 내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거나,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가상 부모님은 그저 오늘 하루 내가 행복했는지 물어봐준다"고 토로했다.

'가상 부모'라는 용어는 중국 인터넷에서 2024년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판과 장 부부 같은 관련 분야 인플루언서들은 엄청난 팔로워 수를 확보했다.

이러한 흐름은 애정보다 의무와 복종이 우선시되는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대한 중국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커지는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다.

SNS 플랫폼 '샤오홍슈'에서는 '중국 부모'라는 해시태그가 조회수 5억 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관련 댓글은 120만 개 이상이다.

중국의 많은 청년들은 둔화된 경제 환경을 살아가는 어려움과 1979~2015년 시행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외동으로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을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젊은 부부와 아이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수십 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으로 많은 중국 청년들이 외동이다

빈센트는 현재 상하이에서 웹 개발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996 문화, 즉 기술직 종사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문화 때문에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부모님과의 통화가 더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빈센트의 부모님은 공무원이 더 안정적이라며 아들의 직업을 자주 비판하거나, 언제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올 거냐고 묻고는 한다.

빈센트는 판과 장의 채널 댓글창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털어낸다. 그처럼 많은 이들이 판과 장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주로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털어놓거나, 생일을 축하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메시지는 매우 충격적이다. 어느날 디안 디안이라는 소녀는 판에게 자신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우울증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판은 2024년 더우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2시간 동안 계속 소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40분이 지나도 답은 없었다"면서 자신도 디안 디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일주일 뒤, 디안 디안은 전화를 걸어왔고,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자랑스러웠습니다."

판과 장의 계정을 보는 젊은 여성의 모습

사진 출처, Provided

사진 설명, 판과 장의 더우인 계정은 팔로워 수가 180만 명이 넘는다

판 역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기에 따스하지 않은 가족으로 인한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고 말한다.

중국 북부 산시성의 전통적인 지하 주거 형태인 '야오동'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 어머니의 몸이 마비되면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더우인과의 인터뷰에서 "33년간 집을 떠나 있었으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격려의 말을 해준 적 없다"고 토로했다.

판은 딸 장위가 태어나면서 자신이 경험한 것과는 다른 가족 분위기를 만들고자 결심했다. 이에 일반적인 중국 가정과 달리, 판과 아내 장은 딸에게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한다.

장위는 부모에게 짧은 영상을 제작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고, 2024년 판이 운영하던 사업체를 닫은 후 두 사람은 전업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판은 라이브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로 큰 이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아직은 자신의 계정에 대한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는 "나는 시청자들이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일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호박수프 콘텐츠'

가상 부모 콘텐츠와 더불어 지난 가을에는 '호박스프 콘텐츠'라는 풍자적인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들이 어머니가 권하는 호박스프를 정중하게 거절했으나, 결국 성격이 나쁘다며 비난받는 1분짜리 짧은 영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의 많은 청년들은 이 짧은 영상이 중국 가정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부모가 '그게 너에게 좋다'며 자녀의 의지나 의사를 무시한 채 강요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28세 여성 자오 슈안도 그중 하나다.

슈안은 가족 단체 채팅방을 음소거해둔지 오래다. 어차피 부모님은 자신에게 관심이 거의 없고, 어쩌다 대화가 오갈 때도 '호박수프 콘텐츠' 속 내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슈안은 부모님이 15세 남동생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중국 문화에서는 남성만이 가문의 혈통을 이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스마트폰에 몰두한 중국 청년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슈안은 어머니가 자기 삶의 모든 면을 지나치게 통제했다고 말한다. 졸업 후 프랑스에서 정규직을 구했지만, 어머니는 일을 그만두고 귀국하길 권했다.

"귀국 전 어머니는 나를 돌봐주시겠다고 거듭 말씀하셨다"는 그는 "정말 감동했다. 그러나 사실 어머니는 내가 집에 들어와 동생을 돌보길 바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동생에게는 모범적인 부모처럼 행동하시죠."

과거에는 친구들과 눈물 흘리며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밈이나 풍자 영상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경험이 특이하지 않음을, 유머로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정치적 트라우마

문화대혁명 당시 어린 소녀들이 마오쩌둥의 '소홍서'를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많은 중국 부모들은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겪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젠더학을 연구하는 구오 팅은 중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애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데에는 여러 "역사적 이유"가 있다며, 자신은 그들에게 공감한다고 했다.

팅에 따르면 오늘날 부모 세대가 자라던 시절에는 개인적인 감정 표현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1966~1976년 10년간의 폭력과 혼란인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국가나 당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 주석에 대한 사랑만이 허용됐다.

그렇기에 오늘날 부모들의 불안감과 걱정은 "그들이 겪었던 혼란과 가난, 생존 경쟁이 치열했던 혹독한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일부 국영 언론은 온라인 담론을 전통적인 효의 가치로 유도하며 청년 세대들이 부모를 조금 더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빈센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전략은 별로 효과가 없는 듯하다.

그는 "부모님도 어려움이 있지만, 나도 나만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일부 가상 부모들은 콘텐츠 수익화를 위해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빈센트는 여전히 그들의 영상을 볼 예정이다.

"이 영상들이 내 삶에서 유일하게 안온함을 준다"는 그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마무리했다.

편집: 그레이스 초이, 알렉산드라 푸셰

상단 이미지: 안드로 사이니(동아시아 비주얼 저널리즘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