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에 충돌한 스페이스X 로켓 잔해…과학자들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동영상 설명, 스페이스X 로켓 잔해가 달 표면에 충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왜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나.
    • 기자, 팔랍 고쉬
    • 기자, 과학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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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표류 중인 스페이스X 로켓 잔해가 최근 달에 충돌해 표면에 새로운 크레이터(분화구)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에게 이번 충돌은 향후 우주 탐사 임무에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뜻밖의 연구 기회다.

로켓 '팰컨9'의 상단 부분은 지난 5일 시속 약 8700km의 속도로 달의 유명한 지형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인근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충돌 순간 짧고 강렬한 섬광이 발생했으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서도 포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북미 지역의 대형 천문대들은 관련 정보를 분석 중이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을 밝혀낼 수 있을지 전반적으로 파악하기까지는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리겠으나, 행성 지질학자들에게 이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과학적 선물이나 다름없다.

동영상 설명, 런던 '과학박물관'의 우주 담당자는 이번 충돌 사고를 통해 과학자들이 무엇을 연구할지 설명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재사용 가능한 모델로, 이미 여러 임무를 위해 몇 차례 우주로 발사된 바 있다. 설계상 로켓의 일부는 지구로 돌아오지만, 다른 일부는 우주 공간에 남게 된다.

이 로켓은 지난해 1월에도 미국 플로리다에서 달 착륙선 2대를 싣고 우주로 향했다.

팰컨9는 상단부(2단)가 강력한 추력을 통해 두 착륙선을 지구의 궤도 밖으로 밀어내고 달로 향하는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이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그러나 5층 건물 크기에 무게가 최소 4000kg에 달하는 이 상단부는 달 쪽으로 멀어졌다가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오는 고리 모양의 긴 궤도를 그리며 표류하게 됐다.

그렇게 18개월 동안 지구, 달, 태양의 중력이 미세하게 작용했고, 심지어 태양빛도 이 잔해를 조금씩 밀어냈다.

천문학자들은 결국 이러한 미세한 힘들이 누적되면서 이 잔해가 달로 향하는 궤도에 올라타게 됐고, 갈수록 빠른 속도로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폴로 11호 착륙 지점 및 스페이스X 로켓의 일부가 추락할 예정이었던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위치를 표시한 달 사진

그렇게 영국 서머타임(BST) 기준 5일 오전 7시35분경, 잔해는 달 표면에 충돌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밝은 대낮에 발생했으나, 이때 발생한 미세한 섬광은 매우 희미해 망원경이 있더라도 육안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관측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또한 섬광을 거의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섬광이 1초도 채 지속되지 않은 데다, 달 표면 중 햇빛이 비치는 구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수 분 동안 지속되며 최대 100km까지 뻗어 나갔을 먼지기둥 또한 포착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심지어 충돌 당시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던 달 궤도선도 없었다. 다만 한국의 궤도선 '다누리'호가 충돌 직전 해당 지역 근처를 지나가고 있어 관측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누리 연구진은 한국 언론을 통해 분석을 완료하는 대로 관련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며칠 동안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궤도선'이 해당 지점을 촬영할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충돌 전후의 이미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사진 출처, NASA

사진 설명, 아인슈타인 크레이터는 지름이 180km 이상으로, 그 크기가 워낙 커서 그 안에 더 작은 크레이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최초의 충돌 이미지는 당시 하늘이 어두운 상태였던 미주 지역의 최첨단 망원경을 통해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구에서 38만5000km 떨어진 달 표면, 그것도 햇빛이 비치는 구역에 충돌한 직경 14m 크기의 물체를 포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처리해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에만 몇 시간,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궤도선이 촬영할 새 크레이터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로켓 잔해의 정확한 크기, 속도, 충돌지점 등을 이미 알고 있기에, 이번 충돌 사건은 우연한 사고가 아닌 드물게 찾아온 제어된 실험이 될 수 있다.

행성 과학자들에게 이는 꿈 같은 순간이다. 충돌이 어떻게 크레이터를 형성하고, 파편이 표면 곳곳에서 어떻게 흩뿌려지고, 달 내부까지 어떤 진동을 전달하는지 등에 대한 가설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학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충돌 시 얼마나 많은 암석과 먼지가 흩날리는지, 인근 지반이 얼마나 강하게 흔들리는지 파악한다면 향후 더 안전한 착륙선과 미래의 달 기지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팰컨X의 페어링, 2단, 1단의 구조

이에 더해 충돌 직후 달 표면에서 튕겨 나온 물질은 달의 지질학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를 분석하면 약 45억 년 전 지구-달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인간이 만든 물체가 달에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9년 이후 우주선 수십 대가 달에 충돌했는데, 일부는 우연한 사고였으나 과학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된 충돌도 있었다.

그 시작은 소련의 탐사선 '루나 2호'였다. 이후 1960년대의 NASA의 '레인저' 탐사선들, 아폴로 시대의 여러 로켓이 뒤를 이었고, 2009년에는 달에 물 얼음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자 발사체를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LCROSS' 임무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 확인된 충돌 사고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2014년 중국의 달 탐사 임무 중 남겨진 잔해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이러한 종류의 우주 쓰레기가 반세기가 넘는 시간 우리 머리 위에서 조용히 쌓여왔음을 상기시켜준다.

동영상 설명,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방법은?